| 무기 유형 | 권총 |
| 레어도 | ★★★★★ |
산크타는 전장을 헤치고 나아가 중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공단 직원 앞에 멈춰 섰다. 그녀는 몸을 굽혀 간단히 상처를 살핀 뒤, 이 부상자가 의료진이 오기 전까지 버티기 어렵겠다고 판단했다.
"부디 마침내 안식을 찾으시길."
산크타는 그의 두 손을 꼭 잡고, 이 가여운 이가 안식을 얻을 수 있기를 기도했다.
몇 번째일까? 서른 번째? 아니면 삼백 번째? 산크타는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두 손을 붙든 채 생각에 잠겼고, 그때 등 뒤에서 흙과 자갈이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. 번개처럼 총을 뽑았고... 그곳엔 머리 위에 명멸하는 헤일로가 떠 있는 아겔로스가 있었다.
산크타는 힘없이 쓰러진 아겔로스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. 녀석은 이미 위협이 되지 못했다. 놈은 몸의 대부분이 노동자 위병대의 포격에 산산조각이 난 상태였으니까.
산크타의 마음속엔 의문으로 가득했지만, 또 한편으로는 지금 이 자리에서 그 답을 얻지 못하리란 것도 알고 있었다. 고요한 수도회의 거대한 이동 수도원이 탈로스 II에 발을 들이던 날부터, 산크타들이 처음으로 아겔로스를 눈앞에서 목격하던 그 순간부터, 그들은... 우리는... 더 이상 남이 준 해답에 기댈 수 없게 되었으니까.
"율법의 은총이시여, 저를 귀로로 인도하소서..."
고요한 수도회의 모든 산크타는 이 성가를 부를 줄 안다. 산크타는 성도들의 시선을 받으며 스타게이트를 넘었고, 같은 성가를 읊조리며 탈로스 II 곳곳에 흩어진 잔해 사이를 누볐다.
그녀는 아직도 플론다 원장이 아침 기도 때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기억한다. 역사서에 기록되지 않은 시대에 티카즈는 주의 가호를 구하며 산크타가 되었고, 주께서 성전을 떠나신 시대에 최초의 성도가 산크타에게 티카즈의 형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는 이야기. 하지만 그 이야기는 도리어 그녀에게 의구심만 심어주었다.
만약 헤일로가 주께서 친히 산크타에게 하사하신 유일무이한 선물이라면, 마찬가지로 헤일로를 가지고 무리지어 다니는, 생명이라 부르기도 어려운 저 탈로스 II의 아겔로스들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인가?
또 무엇이 그들을 빚어냈는가?
산크타는 손안의 총을 꽉 움켜쥐었다. 누구도 그녀의 의문에 답해 주지 않았다. 마치 이 세상에선 오직 손에 들린 총만이 진실이라 불릴 수 있다는 듯이.
이윽고 마지막 앵커가 지평선 너머로 사라졌고, 전선에서는 승리를 알리는 기적 소리가 울려 퍼졌다. 연맹 공단은 또 한번 그들의 개척 임무를 완수했고, 이제 문명 밴드는 또 다른 황무지 위에 뿌리를 내리게 될 터였다.
환호 속에서 그녀는 죽음을 앞둔 아겔로스의 머리에 양손을 올렸다. 감정이라곤 없어야 마땅할 이 이형의 존재에게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지는 듯 했으나... 곧 공허한 정적만이 남았다.
주께서는 산크타에게 헤일로를 내려 주셨지만, 그 은총은 산크타만의 것이 아닌 듯했다. 그녀는 이 모든 것 뒤에 숨은 뜻을 곱씹었다. 신앙이 다시금 그녀의 마음을 가득 채울 때까지. 그리고 지금 바로 여기서 고요한 수도회의 산크타는 또 한 번의 임종 기도를 올린다.
"그대가 어디서 왔든, 부디 마침내 안식을 찾기를."
부서진 돌 조각이 무너져 내리고, 산크타의 손가락 사이로 흙먼지가 흘러나왔다. 희미하게 일렁이던 그 헤일로는, 마침내 허공 속으로 흩어져 사라졌다.